독서

(34) 죄와 벌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민석샘 2024. 1. 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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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로 부끄럽다. 세계적인 걸작인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이런 명작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음이 부끄럽고, 기대했던 만큼의 커다란 감동을 느끼지 못했음이 부끄럽다.

대학 시절, 꽤 책을 많이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고전 명작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충분히 읽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당최 손이 가지 않았다. 고전 명작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전 명작들을 나는 거의 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서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이런 나쁜(?) 습관을 없애보고자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던 중에 처음 접한 고전 명작이 이 책 “죄와 벌”이다. 물론, 앞서 기록된 “장미의 이름”도 명작일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 아니기에 이 책을 처음으로 생각한다.

현대까지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수많은 사상가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들도 이 작가를 칭송했다고 한다. 특히,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그는 어느 과학자보다도, 위대한 가우스보다도 많은 것을 나에게 줬다.”라는 말로 그를 극찬했다고 한다. 과학자가 작가를 칭송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만큼 도스토옙스키는 시대와 영역을 초월하는 사랑을 받는 작가인 것이다. 과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그를 칭송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그 어느 작가보다도 치밀한 관계와 세심한 묘사, 시대상을 반영하는 철학적 심리까지 모든 게 다 녹아 있었다. 그와 더불어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매우 재미있어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주인공은 가난한 휴학생으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을 정당화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의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다. 현대사회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화두일 것이다. 흔한 영화에서도 늘 나오는 이야기다. 정의로운 주인공이 악당들을 죽이며 권선징악을 이룬다는 그런 흔한 주제. 우리는 늘 이런 영화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일단 살인을 저지르고 나자 온갖 혼란에 휩싸인다. 즉, 자신이 정당화한 죄를 짓자마자 그에 따른 벌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금품을 제대로 훔치지도 못한 채 범행 현장을 도망치게 되고, 누군가 목격했을 거라는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이 부분이 흔한 영화의 시나리오와는 사뭇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 부분에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필자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 그 이후 많은 일들이 꼬이면서 주인공은 안정과 혼란을 교차로 겪게 되는데, 이 또한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좋았다. 결국에는 속죄를 선택하고 형을 받게 되지만,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 소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가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사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물론, 흥미롭게 책을 읽었고, 나름 생각할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해서 좋았지만, 읽기 전의 기대만큼의 커다란 감동은 결국 얻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너무 기대가 커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실인 걸 어쩌나? 이런 나만의 공간에서조차 허위로 커다란 감동을 얻은 작품이라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분명히 말하지만, 감동이 없다는 게 아니라 기대만큼 크지 않았을 뿐이다. 틀림없이 고전 명작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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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용 요 약 ]

주인공이 처한 우울한 상황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바로 가난이었다. 이로 인해 살인을 하게 되고 자신이 믿었던 사상과의 부조화로 인한 혼돈, 주변인들로부터의 고립 등이 그를 점점 극단으로 몰고 간다. 악순환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시작이 잘못되다보니,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낀 주인공은 심한 열병을 앓으며 고뇌한다. 가족들조차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신을 조건 없이 믿어 주는 그녀를 통해 용기를 얻고, 자신을 극복하기에 이른다. 결국 자수를 하게 되고, 여러 정황으로 인해 비교적 가벼운(?) 8년형을 선고 받는다. 소냐는 끝가지 그를 믿으며 기다리게 된다.

 

2013년 작성. https://blog.naver.com/dreamfl/30174616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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