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39) 고구려 5 - 김진명

민석샘 2024. 1.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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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작성.

4권을 읽은 것이 지난 해 8월 중순 경이었으니, 4개월이 지나서야 5권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도, 책 내용이 상당부분 생각이 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인상 깊었을 거라 여겨지는 ‘고구려’. 파란만장했던 미천왕 을불의 시대가 끝나고 그의 큰 아들 사유 즉, 고국원왕의 이야기가 4권과 5권으로 전개된다. 특히나 5권에서는 엄청난 굴욕을 겪었던 고구려의 흑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굴욕의 중심엔 고국원왕 사유가 있었다. 천하를 호령했던 아버지 미천왕과 제갈공명도 울고 갈 천재 주아영을 어머니 사이에서 또한 어려서부터 아버지 을불을 넘어설 만큼의 용맹함을 보였던 동생 무도 있는데, 어째서 이런 큰아들이 나왔을까 할 정도로 책 내용은 답답하게 상황을 그려나간다.

하룻밤에 다 읽었다. 내용은 무척 답답했는데도, 이상하게도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읽으면서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을 때는 화가 나기보다 뭔가 복잡한 느낌이었다. 저자는 진정 백성을 사랑한 왕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그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진정한 군주라는 걸 정의내리는 게 과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었다.

광개토대왕처럼, 아니면 징기스칸처럼 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나라를 대국으로 만드는 왕이 진정한 군주일까? 세종대왕처럼 뛰어난 천재성으로 엄청나게 많은 업적을 남긴 왕이 진정한 군주일까? 아니면, 고국원왕처럼 한 명의 백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굴욕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왕이 진정한 군주일까? 정답은 없다. 책 속의 글귀처럼, 만 명이 있다면 만 개의 세상이 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뭔가 답답하고 복잡했다.

과연 고국원왕의 생각이 진정 군주를 사랑하는 어진 임금의 생각이라고 여겨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성 하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적국의 왕에게 굴욕을 감당했다면. 그게 자신만의 굴욕일까? 자기 하나만 눈 질끈 감고 당하면 마는 것일까? 그런 굴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신들과 노신들은 과연 누가 보살펴 주었어야 하는 걸까? 제 임금의 굴욕을 감당하느니 자결을 택한 자들이 과연 불충한 건가?

꽤 오래 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보고 친구와 한참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1개 분대원 10명 정도가 거의 다 죽는다. 라이언 일병의 세 형이 이미 전장에서 사망했기에 미군 수뇌부에서 막내를 부모님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있었기에 탐 행크스가 이끄는 분대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찾아 침투한다. 결국 그를 찾고 데려오는 과정에서 적과의 전투로 분대원 거의 모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때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가서 죽은 분대원의 가족은 과연 누가 위로해줘야 하나? 과연 그 가족들이 라이언을 구하러 가서 사망했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다면 구하러 가지 말아야 하나? 너무너무 어려운 문제다.

고국원왕의 경우도 너무 어렵다. 그는 왕이다. 후일 백성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왕이었다고 하는데, 굴욕을 참지 못해 그를 원망하며 죽어간 충신들은 백성이 아닌가?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 부인까지 순순히 내어주며 항복을 한 것이 백성들로부터 사랑받기에 충분했다? 당최 모르겠다.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빨리 잊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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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용 요 약 ]

[5] 백성의 왕

사유가 왕위에 오르고 무는 신성태수로 떠난 지도 몇 해가 지났다. 오랜 전란 속에 찾아온 평온한 기운의 어색함이 사라질 무렵, 모용부의 모용황은 이를 갈며 고구려에 대한 복수만을 꿈꾸고 있다. 절치부심으로 준비한 끝에 결국 고구려로 진격한다. 이때 사유의 어머니이자 을불의 아내인 주아영이 오랜 칩거를 중단하고 모습을 드러내어 모용부를 거의 멸망에 이르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모용황도 그 계략에 빠져 화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사유가 직접 그를 구출하는 묘한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모용황은 또다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죽음에 거의 다가갔던 모용황이 이복형의 도움으로 약간의 시간 연장을 얻고 나서 바로 고구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를 전해들은 사유는 절대 전투를 피하며 성문까지 열어주라 명하는데, 이를 들은 무를 비롯한 신하들은 아연실색하여 반대를 외치지만, 사유는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장인의 계략으로 사유는 납치를 당하게 되고 장인은 자살을 택하는 극약 처방으로 고구려의 활로가 엿보이게 된다. 늦었지만, 관료들의 반격의지가 충만하여 어느덧 모용부와 대적할 준비를 하는데, 사유는 유폐된 장소를 빠져나와 모용황을 직접 찾아가 항복을 하게 된다. 이로써, 자신의 어머니인 주아영과 동생 무, 부인까지 인질로 내어주게 된다. 이 상황을 개탄한 몇몇 신하들은 자결하기에 이른다. 이후로 시간이 흘러 사유가 왕위에 오른 지 40년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사유의 큰아들 구부가 어릴 적 세상 유람을 통해 인재로 성장했고, 백성들은 오랜 시간동안 전쟁 없이 지냈다. 하지만, 백제에서 세력을 키운 부여구(후일 근초고왕)가 백제에서 망명한 한 사람의 가족을 내어 놓으라는 핑계로 도발하니, 또다시 전운이 감돌게 된다. 사유는 다시금 전쟁을 피하고 자세를 낮추라 명하지만, 그 백성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며 자신의 명마를 바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부 신하들이 자신의 명을 어기고 부여구가 원하는 대로 그 가족을 내어준 사실을 알게 되어 대노한다. 결국 사유는 구부에게 훌륭한 왕이 되어줄 것을 당부하며 평생 처음으로 갑주와 창을 차고 홀로 적진으로 돌격한다. 결국 전쟁을 막고자 모든 것을 내버린 사유는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이를 계기로 고구려는 하나로 똘똘 뭉쳐 부여구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만다. 이후 고구려의 백성들과 고구려로 망명한 다른 곳 출신의 백성들마저도 자신들의 진정한 왕은 고국원왕이었다고 칭송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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