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9)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민석샘 2024. 1. 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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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시작해서 어제, 화요일 밤이 돼서야 다 읽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책이 두 권이었다. 분량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 내용이 꽤나 어려웠다. 아니,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사용된 단어들이 어려웠다. 내 지식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책이었다. 한자어로 된 단어들이 너무 많은데다 평소 보지 못한 한자어들이 대부분이었다. 읽다 보니, 비슷한 의미의 쉬운 한자어나 우리말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굳이 왜 그런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했어야 했는지 조금 아쉽다. 읽다가 하도 답답하게 진도가 안 나가기에 다른 책을 후딱 읽기도 하였다(바보 빅터).뭐, 내 어휘력이 모자라서 그런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딱히 반박의 여지는 없지만, 그래도 사전 찾아가며 책을 읽는 것은 조금 답답했다. 누군가가 조금 쉽게 풀어서 쓰인 책을 낸다면 읽어보고 싶다.

책의 내용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듣던 대로,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천재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도 훌륭한데다, 그 섬세한 디테일의 묘사는 어찌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읽는 내내 ‘와~’하는 감탄사가 자주 나왔다. 책 말미에 포함된 해설에도 그랬듯이 이 책은 여러 가지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은 미스테리 추리물. 외딴 수도원에서 흔히 발생하기 어려운 연쇄 살인 사건과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웬만한 추리소설 이상의 긴장감을 준다. 또 첩보물. 현대의 스파이와는 조금 개념이 다르지만, 개개인들의 중요한 정보를 둘러싼 음모와 이를 알아내고자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 들어 있다. 게다가 주인공 윌리엄은 셜록 홈즈나 007같은 예리한 관찰력과 빈틈없는 분석력, 첨단지식(시대에 맞는)과 첨단 장비(안경과 나침반도 글 속에선 첨단이다)를 잘 다루는 독보적인 존재로 나온다. 그리고 종교서적과 중세 철학서적이라 불려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중세의 기독교에 대한 자세한 실상과 그에 반하는 종교적, 철학적인 갈등을 매우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종합선물세트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종합선물세트처럼 개별적인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고 있다. 최고급 개별 상품으로 구성된 고급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 사실도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다. 필자는 아주 오래 전에 이미 영화로 본 상태였다. 당시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본 영화였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추리물로 기억한다. 이 책은 1986년 장 자크 아노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솔직히 책 내용을 그대로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고, 그 많은 대사로 인해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따라서 굵직한 사건들 위주로만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래도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는다.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 역에는 이미 007 시리즈로 명성을 날리던 숀 코너리가 맡았는데, 최적의 배역이었다고 생각된다. 윌리엄의 제자 아드소 역에는 당시 아주 어렸던 크리스챤 슬레이터. 알 수 없는 언어를 섞어 쓰고 흉측한 외모의 살바토레 역에는 강력한 인상파 배우 론 펄먼. 론 펄먼 역시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최적이다. 책을 읽다 보니, 영화의 장면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생소한 경험이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너무 오래 돼서 영화가 잘 기억나지 않기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이 잘 알려진 책임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을까? 의심이 생긴다. 순전히 주관적이지만, 유명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 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조금 더 쉽게 번역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보다 많이 읽히지 않았을까? 나한테만 어려운 게 아니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애써 위로해 본다. 어떤 의미로든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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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용 요 약 ] 

이 책은 윌리엄의 제자인 아드소가 본 시선으로 아드소에 의해 저술된 형식의 소설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아드소의 관점에서 보인 대로 느껴진 대로 서술되며, 실제 사건이 있은 지 한참 후에 회상하며 서술된 형태를 지닌다.

 

14세기 북부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의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한 수도사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이를 타살인지 자살인지 규명하지 못하던 수도원장은 앞으로 있을 교황 측과 황제 측의 중요한 회담장소로 선택된 시점에, 불미스러운 사건임을 직감하고 빨리 해결하고자 때마침 회담을 위해 도착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윌리엄 수도사를 초빙하여 사건 해결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윌리엄이 본격적인 수사를 하기도 전에 또 다른 시체가 발견이 되고, 수도원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윌리엄은 일련의 사건들이 평범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본격적으로 탐문과 자료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또 다른 시체들이 발견되기에 이른다. 게다가 교황 측과 황제 측의 사절단이 수도원으로 방문하여 회담을 하게 되는데, 그들의 우두머리가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점점 더 꼬여가게 된다. 결국 살인범을 체포하게 되는데, 윌리엄은 그가 진범이 아님을 알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지켜보게 되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수도원 장서관의 비밀의 방과 금서에 점점 접근하게 되지만, 결국 그 비밀의 방위치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게 된다.

 

수도원 안에 비밀의 방이 있고,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는 금서가 있고, 남색을 밝히는 수도사들의 망측한 일들에 관해서도 알게 된 윌리엄은 오직 비밀의 방만 찾는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으며 끈질기게 그 방을 추적하다가 결국 아드소의 한 마디에 힌트를 얻어 찾게 되는데, 그 안에는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한 인물이 윌리엄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과연 윌리엄은 안전할 것인가?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게 될까? 아니면 또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는 것인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철학적, 종교적 대화 및 논쟁들은 어찌 요약할 방법이 없기에 생략한다.

 

2013년 작성. https://blog.naver.com/dreamfl/3017351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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