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공부

수학문제 풀이는 탈옥의 과정이다.

민석샘 2023. 12.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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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목 역시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예전부터 학생들에게 많이 해주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를 써보고자 한다. 칠판에 그림 그려가며 말로하면 쉬운데 이를 글로 옮기자니, 만만치 않은 듯 하여 삽화 하나를 아래에 그려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상황은 이렇다. 망망대해 바다 한 가운데에, 그림과 같은 감옥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냥 상상만 하시길... 따지지 마시고) 식량과 물은 주어지지 않았다. 적당한 시간 내에 탈옥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어떻게든 탈옥을 하려고 한다. 벽이 너무 높아서 담 넘듯이 넘어가는 것은 일단 불가능하고, 바깥쪽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방향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그림과 같이 한 쪽에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 모터보트가 매어져 있다. 또, 그 사다리의 방향을 알려주는 단서들이 몇 가지 주어져 있다. 결국, 제대로 된 방향으로 벽을 뚫어서 사다리로 내려가 모터보트를 타고 탈옥하면 되는 것이다. 근데, 이 벽이 두께가 상당하다.(그림보다 훨씬 두껍다고 가정) 다행스럽게, 바닥에는 몇 가지 쓸 만한 도구들이 있기는 하다. 숟가락(쇼생크탈출을 연상하시길), 손망치, 해머, 브레이커(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구멍 낼 때 쓰는 것, 아래 그림 참조, 충전 만빵 되어있음) 등이 바닥에 있다고 가정하자.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고 구체적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설명을 위한 설정이니 양해해 주시길 바랄 뿐.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나는 벽을 뚫고 탈출해야 하는데, 아무 방향이나 무턱대고 뚫는다면, 운이 좋기를 바라야 사다리 쪽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다른 방향을 뚫는다면, 허탈함과 함께 체력 소진이 엄청나서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탈진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서 뚫는 작업을 해야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향에 대한 몇 가지 단서들은 주어져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무시하면 안 되고, 소중한 단서들을 잘 조합하여 방향을 찾아내야만 한다. 단서들의 조합을 어려워하거나 포기하면 방법은 딱 하나! 그냥 방향을 찍어서 뚫어보는 것 밖에는 없다. 이는 말했듯이 너무 무모하고, 위험한 방법일 뿐이다.

 

한편, 방향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좋은 도구를 적절히 사용해서 뚫어야 한다. 만일 숟가락으로 뚫는다면, 뚫리기 전에 굶어 죽게 될 것이다. 손망치도 쉽지는 않다. 해머정도라면 희망을 걸어볼만 하겠다. 무척 힘이 들고, 체력이 소진되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바닥에 있는 도구 중에 가장 훌륭한 것은 왼쪽 그림과 같은 핸드브레이커다.(충전용이고, 완충상태라고 가정) 그런데, 이게 사용법이 만만치가 않다. 어느 정도 공을 들여서 사용법을 익히지 않으며 사용 중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은 방향을 찾기 위한 단서들을 조합하여 생각한 후에, 해머 또는 브레이커를 선택하여 뚫고 탈옥할 것이다. 자명한 사실이다. 이 상황에, 귀찮다고 해서 방향 생각 없이 아무 곳이나 찍어서 뚫으려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숟가락이나 손망치를 사용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수학문제의 풀이 과정과 같다는 게 내 설명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수학문제 풀이에 있어서는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택할 만한 분명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무모한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숟가락이나 손망치로 뚫는다던가, 아무 곳이나 찍어서 뚫으려고 하던가 등등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탈옥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학은 말 그대로 논리적인 사고를 위해 공부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자.


우선, 방향을 찾는 단서들의 조합. 수학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문제를 잘 읽고, 그 안에 포함된 단서들을 찾아내어 풀이에 사용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논리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문제를 잘못 읽어서, 혹은 중요한 단서를 빠트려서 수학문제를 틀린 경험이 있을 거라 믿는다.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문제 풀이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게 된다. 그리고, 단서가 주어지지 않는 문제는 있을 수 없다. 만일, " 철수가 아침 8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학교로 갔다. 철수는 몇 시 몇 분에 학교에 도착하는가?" 란 문제가 나온다면 세상 누가 풀 수 있을까? 분명히 풀이를 위한 단서는 주어진다. 다만, 쉬운 문제는 그 단서가 바로바로 눈에 보일 것이고, 어려운 문제라면 양파껍질처럼 중요한 단서가 겹겹이로 쌓여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렇듯, 문제 풀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수행해야할 작업이 문제를 꼼꼼히 읽고 제시된 단서들을 찾아서 조합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한다면, 그야말로 답을 찍는 수준밖에는 안될 뿐이다. 운이 좋다면 맞을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운일 뿐이다.

다음은 도구의 사용. 쉽게 예를 들어, 초등학생에게 "24를 37번 더하면 얼마인가?"란 문제를 냈다고 하면, 두 가지 유형이 있을 것이다. 구구단을 익힌 학생이라면 간단히 곱셈으로 해결할 것이지만, 구구단에 익숙하지 않거나 모른다면? 말 그대로, 24를 37번 더해야할 것이다. 마치 숟가락으로 벽을 뚫는 작업과 다를 게 없다. 언젠간 해결하겠지만,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이다. 학년마다 배우는 내용을 충실히 익히는 것이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만일 핸드브레이커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여 고급 장비, 다시 말해 고급의 풀잇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공식을 외워서 풀이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려운 공식을 외워서 풀지 않더라도, 착실하게 공부를 했다면,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릴 뿐, 결국 풀어내고 말 것이라 믿는다. 해머를 사용해서 뚫는 과정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숟가락 또는 망치를 사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일 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러한 과정을 능숙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늘 수학문제를 풀 때마다, 이렇게 탈옥을 하기위한 노력을 한다는 기분으로 단서들을 조합하고,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중에는 탈옥 왕이 될 수 있다.

수능이란 시험이 그렇다. 수능에서 보는 문제들은 기존에 보던 문제는 단 한 개도 없을 것이다. 유사한 유형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생전 처음 보는 유형이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과정들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것이 최선의, 최고의 방법이란 것이다.

학생들이여!!!  우리 모두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스코필드(석호필)가 "형님" 할 정도의 탈옥 전문가가 되어봅시다~~!!

 

다음 주제는... 

"수학공부를 위한 준비는 교재와 연습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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