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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퀴즈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한 적이 있었다. 출연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잡다구리한 상식에 꽤나 자신이 있어서 도전하려 했으나, 유독 약한 영역이 있었으니...
미술 쪽이었다. 음악도 괜찮았는데... 미술만은 영...
사실, 미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좀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은 꽤나 유능했던 반면, 그림을 굉장히 못 그렸던 나는 미술은 내 관심사가 아니라며 그냥저냥 고등학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고 1 미술 시간...세상에...엄청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그 상황은 아주 또렷이 기억이 날 정도로...
고 1 미술 시간 미술실에 가서 연필 소묘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무엇을 하더라도 잘 하건 못 하건 항상 열심히 하던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직육면체의 상자를 좌상향에서 빛이 들어오는 설정으로 열심히 명암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통수에서 불이 번쩍 나는 듯 한 놀라움과 함께 내 이마는 미술실 책상에 방아 찧듯이 충돌을 했다. 머리 앞뒤로 충격이 엄청났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데, 미술선생님께서 한 쪽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비웃음과 함께 이렇게 소리 지르고 계셨다. " 야 이 XX야! 요샌 네모난 연탄 나오냐? 이게 뭐냐?" 순간 미술실은 한바탕 웃음잔치가 벌어졌고, 난 아파서가 아니라 쪽팔려서 죽을 뻔 했다. 1996년 당시 학교에서는 미술 선생님이 날 때린거 정도는 폭력의 ㅍ 자도 안 되었던 시대이다. 야구방망이로 두드려 맞던 시절이니...
세상에, 그림 못 그린다고 때리다니.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상황이지만... 아니 그럼, 노래 못하면 때리는 거냐고? 열심히 하는데, 그리 때리면 난 어쩌냐고? 꿀밤 수준이 아니었다. 이마에도 살짝 멍이 들 정도였으니... 그 선생님 성함도 기억하고 있는데... 내 기억으론 서울대 미대 나오신 선생님이라 알고 있다. 쩝...
아무튼, 그 이후로는 미술에 대해 잘 못 하더라도 열심히 해보고자 하는 마음까지도 싹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미술 관련 얘기 근처에도 안 가게 되더군.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미술에 대한 트라우마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으로 뭐가 달라지겠냐마는,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인류 역사에 남는 거장들의 뒷얘기로 엮은 책. 야사(野史)라고나 할까? 분량이 꽤나 많았다. 읽는 속도도 무척 더뎠고, 역시 문외한에다 관심분야가 아니라 그런지 좀 어려웠다. 그래도 끝까지 읽겠다는 의지로 마무리했다. 읽고 나니, 뿌듯하기도 했고... 이런 생각이 문득..."퀴즈 프로 새로 생긴 거 있던데... 함 도전해봐??" ㅋㅋ
- 목 차
1장. "미인은 무죄다." - 최초의 누드모델, 프락시텔레스의 프리네 : 프락시텔레스
2장.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악마를 만드는 사람 : 히에로니무스 보스
3장. "그녀가 사라졌다!" - 모나리자의 실종 : 레오나르도 다빈치
4장: "모두 옷을 입히지 않으면, 지워버려라."
- 천지창조에서 최후의 심판까지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5장: "나만을 위해 당신을 그리겠어."
- 아름다운 빵집 여인의 사랑을 위하여 : 라파엘로 산치오
6장: "세례 요한의 피에 붓을 담가라."
- 빛과 그림자를 그리다 : 카라바조
7장 : "나를 쏴라."
- 십자가처럼 팔을 벌리고 죽어간 1808년 5월 5일의 총살자들 : 프란시스코 고야
8장 : "가여운 사람, 가여운 사람!" - 가재 잡는 소녀 : 폴 세잔
9장 : "이 초상화는 미친 나일세."
- 빈센트의 슬픈 노래 : 빈센트 반 고흐
10장 : "어린 아이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라."
- 달콤한 마티스 : 앙리 마티스
11장 : "이 벽화는 우화다." - 게르니카 : 파블로 피카소
12장 : "그를 왕자처럼 묻어주오."
- 생애 단 한 번 그린 자화상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3장 : "실컷 즐겨라, 이 얼간이들아."
- 사람들을 조롱한 페르메이르(베르메르)의 부활 : 한 판 메이헤른
내용 요약에 왠지 목차를 적어야할 듯해서 적어봤는데, 위에 나열된 13명의 거장들 중에도 솔직히 절반은 처음 듣거나 매우 생소한 인물들이다. 읽다보니, 상식이 좀 넓어지는 듯 한 우쭐함도 들었다. 저 이야기들 중에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모나리자에 관한 이야기와 마지막을 장식한 위작화가(모조 제작범)에 관한 얘기다.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아는 얘기들도 상당할 듯하다. 이쪽에 대한 견식을 조금 넓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조금 어려운 내용들이 있기에 참을성도 요구된다고 살짝 팁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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