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내용은 2009년 ~ 2010년에 구성하게 된 것이며, 교재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도 당시이다. 중장기의 프로젝트로 설정을 하고 연구하던 중, 교과 과정이 꽤나 크게 바뀌었고(중학교에서 집합이 사라지다니...) 학교 근무도 그만 두게 되어서 이래저래 중단된 것이다. 현 시점으로 볼 때 교재 구성 단원에 완전히 조정이 필요하고, 세부적인 내용에 조정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의 생각은 아직 옳다고 믿기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에 과거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니, 읽는이는 이를 감안하여 주시기를...
2014.03.13. 작성
선행학습 금지법이 발표되었다. 사교육에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거라 예상되고, 전문가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작은 변화는 이끌어 내리라 생각된다. 이에 필자는 계통학습이란 컨셉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필자가 처음 계통학습에 관한 생각을 한 것은 2009년이었다.
TLBU라는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고서 그 학교의 수학 커리큘럼을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교소개는 묻어두고, 당시의 상황을 잠시 얘기하자면,
일주일에 총 7T의 수학 수업이 있었고, 그 중에 4T는 정규 수학시간. 즉 자기 본래 학년의 수학을 배우는 시간이고, 3시간은 MST라 하여(그 원 의미는 잘 모르겠다.) 조금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의 표현으로는 "연계학습"이었다. 그럴듯해 보이기에 들여다봤더니, 중등의 수학과정과 고등의 수학과정 중에 연계된 부분을 발굴해서 중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종의 선행학습이라고 보였다. 어떻게 짜였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가능할 지에 관한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실제 수업에 들어가서 실제 상황을 살펴보았다. 당시가 10월 말이었는데, 중1학생들은 본 수학시간에 원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어 MST 시간에는 고1 2학기 과정에 나오는 원의 방정식을 배우고 있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중등 과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면 이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당시 아이들은 제곱근의 개념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원의 방정식이라니, 그것도 실제 가르치는 내용은 원의 방정식이 이렇게 생겼다 하는 정도였으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수업일까?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왔다. 평범한 수준의 아이들 데려다 놓고, 특별한 수업 한다면서 저러고 있다니, 누가 구상했는지, 그 의도는 알겠으나 현실적으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학기 중간에 채용된 지라 해당 학기는 그냥저냥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당 3T를 어찌 활용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단순한 선행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필자는 결국 계통학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계통학습이란, 말 그대로 수학을 유사 단원별로 묶어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수를 공부할 때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를 묶어서 공부하고, 방정식이라면 1차, 연립 1차, 2차 등으로 묶어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학교 아이들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학습이라 판단되어서, 그에 따른 교재를 찾아보았는데, 시중에 나온 교재가 마땅치 않았다. 계통학습이란 컨셉도 확실히 정립되니 않은 듯 해 보였고, 비슷한 주제로 나온 책이 소수 있었지만, 대부분 상당히 고난이도의 경시용 책이었다. 즉, 중등과정을 모두 마무리한 아이들이 정리용으로 한 번 더 보는 그런 책이었다. 이런 책을 보통의 아이들에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많은 고민 끝에 내가 구상하고 있는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당장은 단순 선행으로 학교 커리큘럼을 바꾸어 놓고 교재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계통학습이 뭔지도 알겠고, 어떻게 지도해야하는 지도 알겠지만, 실제로 현장에 반영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보였다. 예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수를 가르친다면, 어디까지 가야하는가?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 복소수를 다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방정식도 마찬가지. 무작정 계통학습의 장점만을 보고 그대로 밀어 붙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 3년의 과정만을 계통으로 분류해서 가르치는 것을 메인 컨셉으로 하고, 고교 과정은 일단 배제하였다. 그래도 평범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할 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중 3 과정인 무리수를 가르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결국, 3년 동안의 분량을 4개 분량으로 나누기로 결정을 하고 이름과 가르치는 순서를 정해봤다. “대수편 (1)”, “기하편(1)”, “대수편 (2)”, “기하편(2)”. 이렇게 나누고, 중학교 1학년 1학기부터 중학교 2학년 2학기까지 4개 학기로 각 4개 영역을 배정하니 딱 알맞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3학년부터는 고1 선행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정리하자면 주당 7T의 수학 수업 중에 4T는 자기 학년의 교과 내용을 일반 학교와 동일하게 교과서로 공부하고, 3T는 계통학습을 공부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아이들은 중 2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교과서로는 중 2 내용을 다 배운 상태이고, 계통학습을 통해서는 선행과 후행 학습이 교차되며 3년 치 과정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 중 3 교과과정과 고 1 교과과정을 함께 공부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매우 이상적인 학습 시스템이라고 생각되었다.
4권 분량의 컨텐츠를 소개해보겠다.
이 구상은 2010년에 한 것이므로, 작년부터 바뀐 중학교 교과과정과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예로, 집합은 현재 중등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1) 대수편 - 1
- 7학년 1학기용
- 40분/1T, 4T/1주, 16주 수업 기준 : 총 64T(±5T)
- 내용
- 중단원 구성
◆ Step 1 : 핵심 개념 정리
◆ Step 2 : 개념 확인 - 기본 문제
(2) 기하편 - 1
- 7학년 2학기용
- 40분/1T, 4T/1주, 12주 수업 기준 : 총 48T(±5T)
- 내용
- 중단원 구성
◆ Step 1 : 핵심 개념 정리
◆ Step 2 : 개념 확인 - 기본 문제
(3) 대수편 - 2
- 8학년 1학기용
- 40분/1T, 4T/1주, 16주 수업 기준 : 총 64T(±5T)
- 내용
- 중단원 구성
◆ Step 1 : 핵심 개념 정리
◆ Step 2 : 개념 확인 - 기본 문제
(4) 기하편 - 2
- 8학년 2학기용
- 40분/1T, 4T/1주, 12주 수업 기준 : 총 48T(±5T)
- 내용
- 중단원 구성
◆ Step 1 : 핵심 개념 정리
◆ Step 2 : 개념 확인 - 기본 문제
전체적인 상황을 입체적으로 설명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개정교육과정 기준)
수평적으로 진행하는 교과서 수업과 수직적으로 진행하는 계통학습이 병행되면 선행과 후행이 서로 교차되며 진행되게 되고, 동시간대에 배우는 격자점같은 단원들도 생겨날 수 있다. 마치 씨실과 날실이 잘 짜여져서 튼튼한 직물이 되는 과정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상을 하고서 교재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창조라기보다는 편집이 옳을 것이다. 수많은 자료들을 펼쳐놓고, 해당 내용을 배우는 시기와 수준을 고려해서 내용들을 짜 맞추었고, 문제들을 선별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기숙형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작업을 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다. 1년여 동안 짬짬이 시간을 투자하여 결국 대수편 (1) 권이 완성되었고, 2012년에 그 책을 아이들에게 직접 적용해보았다.
아이들은 큰 무리 없이 내용을 받아들였다. 1학년 아이들에게 2학년 과정이 포함되었었지만, 별 거부감 없이 소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름 만족스러웠고, 뿌듯했다. 하지만, 2학기에 해야 하는 기하편 (2)권이 완성되지 못했고, 결국 프린트로 대체하는 상황이 생겼고, 2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몇몇 사정으로 인해 그 학교를 나오게 되어 지금의 공부방을 운영하게 되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상황만 허락되었다면 학교에서 적용해보고 출판까지도 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계통학습의 컨셉을 활용할 수는 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당장의 성적이 중요할 것이고, 일단 가르치는 학생 중에 이 컨셉으로 가르칠 만 한 중학생이 없었기에... 하지만, 올해 선행학습 금지법이 발표되자 다시 생각이 났다. 다시 계통학습을 컨셉으로 하는 교재를 계속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누가 출판을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어 만들어보고 싶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부터 조금씩 나누어 블로그에 올려보고자 한다. 누군가 한명이라도 보고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글2007로 작업을 하다 보니 멋진 편집은 하지 못했다. 그저 학원 교재 모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각 권마다 구성된 내용을 본다면 나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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