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로 기억이 난다. 친구 중 하나가 자기가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하면서 ‘모파상’이 어쩌고저쩌고 하기에, “도대체 뭘 파는 사람을 모파상이라 하는 거야? 모피 파는 모피상 얘기하는 걸 잘못 들은 거야?” 라고 했다가 한바탕 비웃음을 당했었다. ‘모파상’이 프랑스의 작가 이름이라는 건 그때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일부러 피한 건 아닌데, 유독 ‘모파상’의 책은 읽을 기회가 없었다. ‘모파상’의 소설이 고전문학으로 분류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사실 흥미 위주의 소설을 주로 읽었던 나는 고전 문학은 아예 문외한이었다. 심지어 거장들의 작품들도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등. 이번 독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세계 문학 거장들의 작품들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분명히 그들의 작품에는 그들을 거장으로 만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편, 이번에 읽은 책은 단편들의 모음집이었는데, 총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집어 들었는데, 두 시간 만에 다 읽게 되었다. 그만큼 가벼웠다. 대부분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런데, 딱히 감동적이었다거나, 인상적이지 않았던 게 조금 놀라웠다. 매우 유명한 작가라고 알고 있던 ‘모파상’의 작품들인데, 나랑은 코드가 다소 안 맞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수려한 문체에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았다.(이건 번역가의 공이라고 생각되는데) 가끔씩 보이는 위트도 있었고, 이야기 전반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가 깔려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근대 유럽의 생활양식도 볼 수 있었고,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매우 구체적인 묘사로 그려진 풍경들이나, 상황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오긴 했으나, 그다지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97546665
[ 내 용 요 약 ]
- 목걸이 : 부유한 삶을 꿈꾸는 한 가난한 부인이 남편과 함께 초대된 파티에 가려고 친구에게 화려한 목걸이를 빌렸다가 읽어버리면서 그 빚을 갚고자 이후 10여년을 더욱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이야기. 허영의 무모함을 일깨우는 이야기. 반전이 재미있다.
- 달빛 : 한 평범한 부인이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하던 중 어느 날. 아름다운 밤풍경에 이끌려 혼자서 산책을 하게 되는데, 무심한 남편에 외로워하고 있던 중 우연히 만난 한 남자에게 강력한 사랑을 느껴 황홀했던 감정이 있었음을 여동생에게 고백하는 이야기.
- 두 친구 : 모두가 가난했고, 끼니 챙기기가 어려웠던 전쟁시절, 파리의 두 친구가 낚시를 위해 위험지역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적군에게 포로가 되어 취조를 받다가 결국 총살당하는 이야기. 총살 후 적군 장교의 무심한 후처리가 씁쓸하다.
- 고해성사 :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자매 중에 동생이 임종을 가까이 둔 상황에서 신부님과 언니 앞에서 지난날의 죄를 고백하는 이야기. 언니의 약혼자가 결혼 직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언니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평생을 언니와 함께 독신으로 살아온 동생.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 의자 고치는 여인 : 의자 고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마차 위에서 살며 가난한 삶을 살았던 한 여인. 자신도 의자 고치는 일로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어릴적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를 5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여인. 말 한 번 제대로 섞지 못했지만, 평생 사랑했던 남자는 평범하게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 살고, 그런 그를 끊임없이 사랑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도 1년에 한 번은 그를 몰래 보기 위해 찾아온다. 죽기 전 평생 모은 돈을 그에게 전해달라며 임종을 맞이하는데, 그 돈을 받는 이 남자의 반응이 씁쓸하다.
- 여로 : 폐병을 얻어 남편으로부터 시골에 가서 요양하라는 명령을 받고 떠나는 여인. 외롭기 그지없지만, 상황을 바꿀 순 없다. 이 때, 그녀가 타고 있는 기차에 한 남자가 뛰어올라 자신을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그 후 이 여인이 죽을 때까지 이 남자는 말 한번 섞지 않고 그녀 주위를 맴돌며 보호한다.
- 행복 : 코르시카 섬을 여행하던 한 남자는 우연히 묵게 된 낡은 집에서 노부부를 만나게 되고, 그 부인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그가 살던 낭시 출신으로 과거 매우 부유한 귀족 가문의 딸이었다. 당시, 그녀는 그녀의 부친 휘하의 군인에게 납치되었다고 알려졌고, 그 이후 아무도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그게 아니었으니.
- 쥘 삼촌 : 부부와 두 딸, 아들이 함께 사는 가난한 가족이 있다. 그들은 가난함에 고통 받으면서도 한 가지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쥘 삼촌이었다. 삼촌은 젊을 때, 유산을 탕진하는 등 가족의 원수가 되었으나, 미국으로 건너가 크게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곧 돌아와서 이들에게 보상을 하리란 편지도 보내왔기에, 그들은 췰 삼촌이 돌아올 날만을 고대했다. 마침 작은 누이가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식 후 가족 전체가 짧은 여행을 가게 된다. 여행을 가던 배 안에서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 노끈 : 절약정신이 투철한 한 노인이 장터에서 바닥에 떨어진 노끈 조각을 줍다가 우연히 지갑을 줍고 안 돌려준 파렴치한으로 몰리면서 생기는 억울한 이야기
- 후회 :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으나, 유부녀였기에 고백을 못 한 것을 예순이 넘도록 후회하던 노인이 용기를 내어 젊은 시절 자기가 고백을 하였다면 어땠을까를 여인에게 물어본다.
- 어느 여인의 고백 : 한 여인이 자신을 의심하던 남편으로 인해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이야기한다.
- 피크닉 : 부부와 성장한 딸이 시골로 여행을 가서 우연히 만난 건장한 두 남자와 벌어지는 로맨스.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상황이 결코 웃기지만은 않다.
- 고아 : 한 딱한 처지의 소년을 입양한 독신녀가 그 아이를 사람으로 키우는데, 이 아이는 성장하며 뭔가 섬뜩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결국 이 여인은 살해당하지만, 이 아이는 알리바이가 성립되어 무죄로 석방된다. 그 진실은 뭘까?
- 보석 : 아름다운 여인이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여인은 연극 보는 것과 가짜 보석으로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진짜 보석을 못 사주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가짜 보석을 좋아하는 부인이 탐탁지 않다. 갑자기 그녀가 폐렴으로 세상을 뜨자 남자는 괴로워하고, 삶이 궁핍해진다. 결국 부인의 가짜 보석이라도 팔고자 보석상으로 갔는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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