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육당(六堂)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떠올랐다.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그 의미를 기억한다. 암울한 근대역사 속에서 성장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무언가 멧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기억난다.
이 책은 재미있는 구석이 좀 있다. 저자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서인지, 요즘의 문체가 아닌 당시의 문체로 쓰여 있고, 그러다 보니, 단어도 생소한 게 좀 많다. 읽으면서 잠깐씩 내 호흡을 멈추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 이게 뭔 말이지?", " 책에다 이런 표현도 썼었구나..."
눈에 띄었던 표현과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이 조선은 시방 평양으로부터 황해도 북쪽에 걸치는 넓은 바닥이요. (단군신화의 왕검성을 설명)
- 개성 서울에는 여러 나라의 장사아치가 삘 새없이 찬란한 물건의 저자를 벌이고 있었읍니다.(고려 최씨 정권 당시의 개성을 묘사)
- 아무리 고난 가운데 빠져서라도 뻗디디고 나가는 힘이 굳세면 외부의 고난은 도리어
내 정신을 발양하는 기회를 지음이, 마치 무서운 추위 속에 맵자한 매화가 피는 것
같음이요.(고려시대 잦은 외란에도 찬란한 문화가 꽃피운 이유를 설명)
- 이해가 서로 달라지는 대로 편당끼리 또 편당을 만들어서 동인, 서인의 밖에 또 남인, 북인이라 하는 파벌이 생기고, 훨씬 뒤의 일이지마는 다시 노론, 소론이라 하는 명목이
일어나서 이 끄덩이 저 끄덩이를 거의 정신 차리기 어렵게까지 되었읍니다. (조선시대 정치권 세력들의 잦은 당파싸움을 한탄하며)
- 그중에도 일본의 배워간 것이 많음으로써, 그 역사가는 말하기를, 임진년 출병은 무력을 가지고 조선에 유학하러 갔던 것이니라고 하였읍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발전한 상황에 대한 설명)
- 순한 듯하고 무서운 것이 민중임을 벼슬아치에게 알린 공이 컸읍니다. (홍경래의 난에 대한 설명)
전체적으로 간결한 문체로 쓰여 있으며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하는 형식을 사용했다. 제목대로, 쉽고 빠른 조선역사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서 조선은 이씨조선이 아닌 한반도를 의미한다. 단군신화로부터 삼한, 삼국,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 대한제국까지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 그대로가 들어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단순한 역사책으로 보기엔 뭔가 더 있다. 이 책이 완성된 것은 1946년 11월이라고 나와있다. 즉, 해방 이후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에 우리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자 쓴 역사서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도 너무나 힘든 시기가 많았으나, 우리 민족은 모두 극복하고야 말았다는 멧세지가 곳곳에 보인다. 꿈과 용기를 주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읽는 도중, 몇 번인가 가슴이 울컥해지기도 했다. 이 어른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목 차]
- 일. 단군
- 이. 민족을 깨닫다
- 삼. 삼국의 세력경쟁
- 사. 신라의 번성
- 오. 북방으로!
- 육. 계단과 여진
- 칠. 최씨 정권
- (이상하게 없어요)
- 구. 고려 문화의 자랑
- 십. 남쪽 물결, 북쪽 바람
- 십일. 조선의 국민 문화
- 십이. 제도와 사상
- 십삼. 왜란과 호란
- 십사. 내 정신을 차리다
- 십오. 세계로 끌려 나감
- 십육. 일본과의 관계
- 십칠. 독립 운동
- 십팔. 그리운 옛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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