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다.
저자가 천재란 생각을 했다. 물론, 27세에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되어 30년 넘게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니, 충분히 천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천재적이다. 이토록 어려우면서도 다루기 힘든 주제를 요소요소에 적절한 사례들을 들어가며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술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 텐데 그걸 해냈으니 하는 말이다. 물론, 책 전반적인 난이도는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난이도로 써낸 것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데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뭐, 하루 평균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할애한 내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어쨌든 무척 오래 걸렸다. 앞 쪽을 읽을 때, 깨달았다. '이거 오래 걸리겠구나'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수준으로 읽기에는 내용이 뭐랄까, 너무 구체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단어 하나하나를 눈여겨 읽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나의 지적 수준을 슬퍼해야 했을까? 태생이 이과생인 나로서는 쉽지 않은 독서였지만,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역사적인 철학가, 사상가들의 이름이 나오면서 그들의 주장들에 대한 얘기들이 나올 때면, 나의 무지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거의 이름만 알고 있었던 수준인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런 수준의 나에게도 어느 정도는 이해될 만큼 풀어서 설명을 한 저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저자가 거론한 실제의 사례 혹은 가상의 사례들은 매우 적절했고, 충분히 고민거리가 될 만 했다.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는 사례들. 당연히 이 판단이 맞을 거라 믿었지만, 저자가 이면의 의미를 설명할 때면 '아!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하고 탄식했던 이야기들. 그러면서 나 역시도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과연, 정의가 뭐지?", " 도덕적이란 말은 대체 기준이 뭘까?". '합리적'이란 표현을 즐겨 쓰는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합리적인 판단이랍시고 내가 했던 판단들이 정말 합리적이었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혼란스러웠다. 중간에 읽기를 그만두려고도 했었다. 그러다 이왕에 헷갈리게 되었는데, 끝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에 책장을 더 넘기게 되었다. 결국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정의(justice)"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함께 생각하자고 던진 화두였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정의', '도덕', '정치'등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며 고민하자는 일종의 멧세지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런 주제들에 대해 생각하기를 피하진 않았을까? 누군가 생각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려니 하며 그 누군가에게 이런 생각들을 대신 하라며 미루진 않았을까? 물론, 모두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고민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을 것이지만, 너무 멀리하진 않았을까? 나부터가 그랬다. 언제부터인가 정치니, 사회적 이슈니 하는 소식들에 대해 관심이 멀어져갔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내가 고민하고 신경 써 봐야 달라질 거 없다는 체념으로 멀리 했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저자가 거론한 민감한 사례들 중 일부는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라고 여겨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또는 우리는 어떻게 판단했었는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고민해보라는 게 저자의 의도라고 여겨진다. 물론, 정답이라는 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민을 통해 조금이라도 "정의"로운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뭐, 나의 해석이 틀릴 수도 있지만, 틀렸다기보다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런 고민만으로도 가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96186730
[ 내 용 ] : 내용을 요약하는 건 무리다. 목차를 적는 것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 1강. 옳은 일 하기
행복, 자유, 미덕│어떤 상처를 입어야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구제금융을 둘러싼 분노│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철로를 이탈한 전차│아프가니스탄의 염소치기│도덕적 딜레마
- 2 강. 최대 행복 원칙│공리주의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반박 1: 개인의 권리│반박 2: 가치를 나타내는 단일통화│대가를 받고 치르는 고통│존 스튜어트 밀
- 3 강.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자유지상주의
최소국가│자유시장 철학│마이클 조던의 돈│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 4 강. 대리인 고용하기│시장과 도덕
징집과 고용, 무엇이 옳은가?│자원군 옹호│대가를 받는 임신│대리 출산 계약과 정의│외주 임신
- 5 강. 중요한 것은 동기다│이마누엘 칸트
칸트의 권리 옹호│행복 극대화의 문제점│자유란 무엇인가?│사람과 사물│도덕이란 무엇인가? 동기를 찾아라│도덕의 최고 원칙은 무엇인가?│정언명령 대 가언명령│도덕과 자유│칸트에 대한 의문│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 6 강. 평등 옹호│존 롤스
계약의 도덕적 한계│합의만으로는 부족할 때: 야구 카드와 물이 새는 변기│합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때: 흄의 집과 유리닦이│이익인가, 합의인가? 샘의 자동차 수리│완벽한 계약 상상하기│정의의 원칙 두 가지│도덕적 임의성 배제 논리│평등주의 악몽│도덕적 자격 거부하기│삶은 불공평한가?
- 7 강. 소수집단우대정책 논쟁
시험 격차 바로잡기│과거의 잘못 보상하기│다양성 증대│인종별 우대정책은 권리를 침해하는가?│인종분리정책과 반유대적 할당제│백인 우대 정책?│정의는 도덕적 자격에서 분리될 수 있는가?│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아도 될까?
- 8 강. 누가 어떤 자격을 가졌는가?│아리스토텔레스
정의, 텔로스, 영광│목적론적 사고: 테니스 코트와 《곰돌이 푸》│대학의 텔로스는 무엇인가?│정치의 목적은 무엇인가?│정치에 참여하지 않고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행동으로 터득하기│정치와 좋은 삶
- 9 강.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충직 딜레마
사죄와 손해배상│조상의 죄를 우리가 속죄해야 하는가?│도덕적 개인주의│정부는 도덕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가?│정의와 자유│공동체의 요구│이야기하는 존재│합의를 넘어서는 의무│연대와 소속│애국심이 미덕인가?│연대는 우리 사람만 챙기는 편애인가?│충직이 보편적 도덕 원칙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정의와 좋은 삶
- 10강. 정의와 공동선
중립을 지키려는 열망│낙태와 줄기세포 논란│동성혼│정의와 좋은 삶│공동선의 정치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 미치 앨봄 (2) | 2024.01.04 |
---|---|
(17) 모파상 단편선 - 기 드 모파상 (6) | 2024.01.04 |
(15) 쉽고 빠른 조선역사 - 최남선 (3) | 2024.01.03 |
(13) 인생을 바꾸는 비밀 - 줄리 크리스틴 (3) | 2024.01.03 |
(12) 오늘 변화를 이끄는 100가지 마법 - 드라고스 로우아 (3) | 2024.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