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먹먹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드는 생각이다.
뭔가 발상의 전환에 대한 책인가 싶어서 읽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역시 제목은 100%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에 제목을 붙인다면 “불편한 진실”이 딱 맞다. 청소년들에게 읽으라고 권장하는 도서라고 알고 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권하고 싶지가 않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성인이 되고 나서 알게 되도 괜찮지 않을까? 굳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알게 되어 좋을 건 없다고 여겨진다.
모두 7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하나같이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진실들을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고, 기분 상할 만한 이야기들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는 식의 판단을 내리고 마는 그런 이야기들.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이다. 얼마 전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느꼈던 일부 감정들과 비슷하다. 알고는 있는데, 내가 고민해봐야 어쩔 수 없으니 외면하고 마는 그런 주제들. 이 책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성격이 짙다.
이 책에 나온 행동양식들이 옳은 건 아는데, 그래야 하는 건 아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고 해야 하나? 이 책에서 거론된 주제 중 하나로 예를 들면, 공정무역을 통한 상품이 여러 가지로 좋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같은 품질의 다른 물건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니, 우리네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서는 그 조금 비싸면서 바람직한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책의 다른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점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가는 세상에서, 그것도 빈 계층이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비싼 물건을 선택하는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겠는가? 이 역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우선, 맨 처음 나온 이야기는 평소에 내가 늘 했던 생각과도 유사해서 공감이 가면서도 무척 화나는 이야기다. 공부를 꽤 잘하는 가난한 집의 중3 아이와 보통으로 하는 부잣집 중3 아이가 친구인데, 그 둘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이야기다. 솔직히 누구나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예측을 애써 부인하고 싶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두 친구는 서로에게 주어진 기회의 수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부잣집 아이의 미래가 밝을 확률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물론,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기회가 많을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지고, 그 기회는 부잣집에 더 많은 게 사실 아닌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경우를 무척 많이 보게 된다. 정말 똑똑하지만 가난한 집 아이와, 성적은 그저 그렇지만 부잣집 아이의 미래는 점쟁이가 아니라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슬픈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걸. 그저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히 성공할 거라고 희망을 주는 일 외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어마어마한 이익을 취하는 과정을 소개한 부분은 정말 심하게 불편했다.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싸서 죽는다는 표현은 가슴이 아팠다. 에이즈 치료제로 쓰이는 AZT(Zidobudine)의 사례(1인당 1만 달러의 약값 책정)와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타미플루의 사례(한정된 생산으로 인해 2020년이 되어야 적정 수준의 물량확보 가능 - 전체 인구의 약 15% 이상 복용 분)는 차마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이 화가 날 정도였다.
가슴이 따듯해지는 주제의 이야기도 있었다. 시와 소설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준다는 주제의 글이다. 저자의 글 하나하나에 완전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늘 아이들에게 독서가 가장 중요하며, 국어를 잘해야 수학을 포함한 모든 과목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가르쳤는데, 그 생각이 옳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지금도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힘들더라도 일주일에 한 권은 꼭 읽으라고 잔소리하고 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36244787
[ 목 차 ]
1. 이긴 자가 다 갖는 건 당연하다고?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 승자독식, 그 ‘야만의 사회’를 벗어나기 위하여 / 우석훈
2. 비싼 돈 주고 사는 건 바보짓이라고? 그 아름다운 바보짓이 세상을 살려!
- 착한 커피와 공정무역 이야기 / 강수돌
3. 과학기술만 발전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아니야, 행복은 우리가 직접 만드는 거라고!
- 불편한 과학 기술 이야기 / 강양구
4. 내 것 남 주면 손해라고? 아니야, 함께 나누면 더 커져!
- ‘돈’보다 훨씬 고귀한 ‘생명’ 이야기 / 우석균
5. 시, 소설 안 읽고도 여태껏 잘만 살았다고? 문학은 ‘사람답게’ 사는 길을 비추는 거울이야!
- 밥보다 백 배는 중요한 시 이야기 / 이상대
6. 가진 게 없어 나눌 수 없다고? 가난하니까 더 나누어야지!
- 함께 먹는 밥, 동무, 꿈- 공동체 이야기 / 김수연
7.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아!
- 평화로 가는 한 걸음/ 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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