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공부

성적의 상대성 이론(?)

민석샘 2024. 2. 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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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전후로 기억한다.

당시 중학교 2학년에 공부를 무척 안 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거의 매 수업 시간마다 체벌을 받았다(당시는 학교, 학원에서 체벌을 했었다.). 과제를 거의 안 하니까. 그래서 학원 다니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하면 주변에 놀만 한 친구들이 모두 학원을 다니니까, 놀러 오는 거라고 웃으며 답하던 무척 밝은 성격의 아이였다. 실제 학교 등수는 전교생이 500명 좀 넘었었는데, 뒤에 3~4명 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여름날, 아마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을 것이다. 수학 시험 본 날인데, 그 아이가 세상 다 얻은 듯이 달려오며 소리치고 있었다.

“선생님~~~!!” 그래서 난 이 녀석이 왜 이러지? 하며 물었다.

“뭔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야?”

“샘. 샘. 저. 저. 헉. 헉. 수학 48점 받았어요. 푸헤헤~”

“헉? 그게 뭔 소리야? 어떻게? 너 1학년 때부터 20점 대만 받았었는데? 이번에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 점수를 받은 거야?”

난 진짜로 놀랐다. 그 아이가 48점이라니...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듣고는 커닝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럴 아이는 아니었기에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게... 그게... 화내지 마세요. 헉. 헉. 2번부터 밀려 썼더라고요. 크크크”

“아이고~ 세상에 이런 일이... 너 죽고 나 죽자. 이리 와.”

그 녀석은 빛의 속도로 도망가고 말았다.

학원 강사 생활 통틀어 그 아이가 나에게 가장 많이 맞은 아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원을 떠난 후 10년이 넘도록 가끔씩 안부전화나 문자를 하던 아이도 그 아이다. 맞다가 정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당시 그 학원에 같은 학년에 훗날 유명인이 된 아이가 있었다. 한류스타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첸(김종대). 종대도 내가 중1~중2동안 2년 가까이 가르쳤었다. 종대 친형도 가르쳤었는데, 두 형제 모두 공부를 꽤나 잘했었다. 두 형제 모두 그 학원의 제일 높은 반이었다. 종대가 그리 유명한 셀럽이 될 줄 알았다면... ㅎㅎ

종대가 과연 날 기억할까? 2년이나 거의 매일 만나던 관계였는데. 함께 노래방도 몇 번 갔던 기억이 있지만, 종대가 노래했던 기억은 나지 않아 아쉽다. 종대가 내 생일에 써준 카드(엽서?)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전 과목에서 1~2개 틀렸다고 펑펑 운다. 물론 밉상이겠지. 또 누군가는 우연히 밀려 쓴 덕분에 48점 받았다고 펄펄 뛰면서 좋아한다.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 살아보니, 나중에 잘 되고 안 되고는 결코 중학교 때의 성적으로 예단할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당시에는 위에 언급한 아이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적의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이론 #김종대 #엑소 #첸 #공부 안 하는 아이 # 수학2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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