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이다. 그 유명한 이외수님의 글을 처음 읽었다. 부끄럽다. 십 수 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 그 분의 글을 읽는다는 게 이토록 부끄러울지 몰랐다.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다 읽고 나니 더 부끄러웠다. 이 책이 어떤 장르인지 잘 모르겠다.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수필도 아니고, 뭘까...??? 그냥 다 섞인 듯하다. 다만, 소설보다는 시나 수필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일단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책에 여백이 많은 이유가 생각 좀 하라는 메시지인 듯하다. 기막힌 위트도 있고, 촌철살인의 독설도 있다. 따듯한 감성도 있고, 아이 같은 순수도 있다.
다는 아니더라도 이외수님의 다른 책들도 기회 되는 대로 읽어봐야겠다. 기대가 된다. 몇몇 인상 깊은 대목들을 내용 정리에 적어야겠다.
본 책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작가님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 건가? 에구...어쩌지? 허락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데?
쩝...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누군가 태클을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욕하지 마시고.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73590636
[ 내 용 발 췌 ]
총 260개의 짤막한 글이 있다. 그 중 인상 깊은 글을 몇 개 발취하겠다.
5. 세상을 살다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기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이다.
43.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44. [자존심에 대못 박기] 제자 - 책을 읽지 않는다고 왜 부끄러워해야 합니까. 격외옹 - 자존심이 상한다면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을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니까.
51. 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
58.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더 나쁜 놈일까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더 나쁜 놈일까요.
75.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 같은 놈의 돈, 원수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더러운 놈의 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89. 중국에서 다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보면 혹시 저 자식도 짝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때가 있다.
90. [간만에 외롭지 시리즈]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찌 제헌절을 공휴일로 기념하겠습니까. 한글이 만인에게 나랏말씀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찌 한글날을 공휴일로 기념하겠습니까. 365일 닥치고 포맷.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 라는 포스팅을 올리면서 조낸 외롭지 말입니다.
106.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아는 척 설치는 것은 죄다.
109. [빙그레 웃음 한입] 당신은 콜라병에 담긴 간장과 간장병에 담긴 콜라는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아보지 않고도 구분할 수 있나요. 어떤 대상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청맹과니들의 안쓰러운 신념과 욕망, 박수를 쳐드릴까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가을이 떠나고 있네요. 그래도 하늘은 맑으니 빙그레 웃음 한입 베어 물고 차나 한잔 합시다.
126. 왜 사람들은 행복을 잡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한사코 행복의 반대편으로만 손을 내미는 것일까요.
130. 어느 중학교 한문시험에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한자말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한 학생이 ‘백번 묻는 놈은 개만도 못하다’라고 답을 적었다. 한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창의력을 가상스럽게 여겨 반만 맞은 걸로 평가해 주었다. 실화다.
138. [외롭지 시리즈] 혼자 몇 시간 동안 장거리 운전하고 있는데 동승한 친구넘들이 모두 곯아 떨어져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참 외롭지 말입니다.
154. 악플 - 자신이 천박하면서도 단세포적인 두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악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치떨리는 소외감과 패배감을 졸렬한 우월감과 정의감으로 환치시키고 싶어하는 인터넷 찌질이들의 유독성 토사물.
170. 저는 붕어입니다. 인간들은 제 기억력이 0.4초밖에 안 된다고 조롱하시지만 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 곁을 떠나서 지금까지 순전히 자립으로만 성장했습니다. 혹시 인간들 중에서 조낸 부끄럽다고 생각하시는 분 안 계십니까.
196. 후배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 중에서 시험을 보면 수학점수만 월등하게 높은 녀석 하나가 있었는데 후배의 판단에 의하면 어떤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높은 점수를 얻어낼 재목이 아니었다. 어느 날 후배는 은밀하게 녀석을 다그쳤다. 솔직히 말해라 커닝했지. 그러나 녀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마음을 비우고 찍었어요.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언어영역은 왜 점수가 그 모양이냐. 녀석이 대답했다. 아는 글자가 많이 나오면 마음이 안 비워져요. 실화다.
219. 살아남는 비결 따위는 없어. 하악하악. 초지일관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하악하악.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과 초월한다는 말은 이음동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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